분류 전체보기20 애쓰지 않아도 - 최은영 인간관계라는 네 음절에는 다 담을 수 없는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과 넘칠듯 출렁이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는 마음을 그려낸다. 단편 '애쓰지 않아도'에서는 유나에 대한 나의 애정과 애정 사이 불쑥 들어오는 감정들, 애정과 반대선상에 있다고 느껴지는 감정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보여준다. 자전적이며 때로는 일기 같다가도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게도 있는 비슷한 기억이 꺼내지거나 마음이 너무 공감되어 내가 겪은 일 같은 착각이 든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 같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내고 꺼내어 살피게 만든다. 아픈데 따뜻한 이유는 희망을 놓지 않아서인 것 같다. 우리는 때로 지나가듯 스치는 말에도 베일 만큼 예민하고 울음을 참느라 발개진 눈을 발견하지 못할 만큼.. 2022. 12. 17. 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아직 겪지 않은 이들에겐 두려운 상상이고 이미 겪은 이들에겐 가슴 아픈 기억이다. 미셸 자우너는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개인적인 역사의 특수성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특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의 페이지가 편하게 넘어가지 않는 것도 상실에 대해 직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기억을 글에 잡아두려는 듯 저자의 문장에서는 절박함까지 느껴진다. 한국인이었던 엄마를 추억하는 일에는 필연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해석이 뒤따른다.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내국인과 외국인의 경계에서 한국을 바라보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쓰인 글이라 오히려 한국 독자에게는 익숙한 문화를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한국인에게 밥은 각별하다. 대부분 밥을 잘 챙겨 먹는.. 2022. 12. 16.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언어의 찬란함과 슬픔에 대하여 약속 가는 길에 책을 읽으며 이탈리아에 간 지 일주일 만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부러움을 느꼈다. 작가 역시 서툰 실력으로 이탈리아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혼란함을 표현한 것이었지만, 프랑스어로 글을 쓰게 될 순간이 벌써 기다려지면서도 당장 지금이 아닌 것이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 날 본 영화 'After Yang'에 대해 영어로 쓰고 있었다. 똑같은 때 같은 영화를 보고 영어로 글을 쓴 친구를 발견해, 글을 주고받았다. 아래는 그 대화의 일부이다. Is oblivion a curse or a blessing? I want to recall every detail of the conversation, dialogues, talks, musics, movies, exhib.. 2022. 7. 13.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220109) 긴즈버그 대법관의 의견은 지금 보았을 때 일부 당연한 듯 여겨지기도 하나 여전히 현실은 당연하지가 않다. 그의 논리적인 판결이 하나하나 확신에 차 있으며 직접 변화를 만들었다는 점, 당시의 판결과 반대인 소수의견이었다 할지라도 결국 국회의 실질적인 입법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번역되지 않은 판결문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미국 대 버지니아주(1996) 다수 의견 여성 입학 허가가 버지니아 사관학교의 위상을 낮추고 군대식 체제와 학교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생각은 입증되지 않은 판단이며, 과거 권리나 기회를 거부하는 데 자주 사용하던 ‘자기실현적’ 예언과 다르지 않다. 스트럭 대 국방부(1972) 청원인을 위한 의견서 정치 사업 경제 부문에 여성이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 법은 ‘보.. 2022. 7. 13. 이전 1 2 3 4 5 다음